느리게 읽기/수필

존중

neulvo 2021. 4. 17. 00:45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존중이다.

원래는 비밀이었는데 그건 다음에 얘기하자.

아무튼 존중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사람을 존중해야한다는 명제를 나는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게 맞거나 좋으니까 항상 그래야한다는 건 아니고

내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그리고 이 논리는 내가 재수 때 즉, 20살 때 깨닫고선

항상 유념하고 있는 논리다.

 

학창 시절부터 철학에 심취해 있었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내가 태어난 이유, 삶의 목적 그리고 인간의 존재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목적에 대해서도 다음에 써야겠다.

 

무튼, 그 중 인간의 존재를 고민하면서 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Cogito, ergo sum)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에 대해 깊이 생각에 빠졌다.

그 명제를 계속 곱씹어 생각하다보니,

생각한다. 즉, 사고한다는 것이 새삼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사고를 하는 내 자신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나는 내 존재를 의식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내가 사고하기 이전에 나는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스스로를 의식하는 것이 정말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탄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내 생각과 느낌이니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내가 의식한다는 것과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내가 의식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의식하고

내가 감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고 존재하고 있었다.

 

갑자기 감각 얘기를 한 이유는

그때 당시의 내가 의식을 감각의 총체 혹은 일종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므로 '나는 감각한다. 나는 존재한다.'가 맞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조금 벗어나는 것 같아도 그때의 생각을 모두 전달하고 싶었다.

아무튼 다시 본래 논지로 돌아오자면,

나는 타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의식하고 있는 것이 정말로 놀라웠고

바로 그 때문에

내가 나를 대하는 것만큼이나 타인을 존중해야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름 논리적인 귀결인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재수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현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와 같이 존재하고 의식하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해야한다.

 

내가 세운 명제고 내 생각이 그렇다.

물론 틀릴 수도 있고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또 나로써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애써 존중할 마음은 없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가능한한 나와 타인을 존중하며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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