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비밀

neulvo 2021. 4. 18. 22:52

나는 비밀을 좋아하는 편이다.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 비밀이 있으려나?

다른 사람이 돼보질 못해서

남들은 어떤 걸 비밀로 만드는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궁금하다.

 

나의 경우에는 비밀이래봤자

누구한테 말 못할 그런 비밀은 아니고

조금만 친해져도 말할 수 있는 비밀들이 있다.

내 성격이라든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유형의 비밀들 말이다.

 

내 과거나 흑역사에 대한 건 대부분 말할 수 있다.

안 좋은 기억들 또한 굳이 비밀로 묻어두고 싶지 않다.

그것들에 대해선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다.

 

그러면 결국 내 성격이나 생각이 내 주된 비밀인데

아마 나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타입인 것 같다.

까다로울 정도로 벽이 많아

다른 사람 입장에서 나를 잘 알기가 힘든 것 같다.

아, 내 능력에 대해서도 잘 얘기를 안한다.

 

그냥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내비치지 않는 것 같다.

나와 친하지 않으면 나를 잘 알기가 어렵다.

조심성이 많고 누군가를 쉽게 믿질 않는다.

이래저래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설적인 피드백과 부정적인 피드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 비밀을 좋아한다기엔 부족한 느낌이 있네.

그런데 난 남들이 어떤지 잘 모르니까.

그래도 따지자면 남들에게 일부러 말하는 것보다

비밀로 남겨두는게 편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괜히 얘기했다가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상한 간섭이나 부탁, 요구 등등 너무 싫다.

 

그런데 또 얘기 안하고 사니까

스스로 굴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란 말이지.

그 때문에 몇 년을 혼자 힘들어했던 것 같다.

친한 친구 한둘에겐 구구절절 다 얘기하긴 했지만.

나는 가끔 남에게 너무 의지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는 걸지도.

 

아무튼, 그래서 요즘엔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처럼

나에 대해서 많이 오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로움을 타는 것도 있는데

근본적으로 스스로의 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스스로 굴을 파고 들어가서 혼자 힘들어하는 안 좋은 버릇.

 

이렇게 글이라도 쓰고 나면 좀 후련하달까.

마음의 짐을 조금 더는 기분이다.

흠, 왠지 마무리하려니까 비밀 하나를 얘기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런 김에 얘기하자면,

대단한 건 아니고 나는 노래를 잘한다.

뭐, 그렇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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