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버릇

neulvo 2021. 4. 20. 11:27

누구나 하나쯤 고치고 싶은 안 좋은 버릇이 있을 거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이 안 좋은 버릇이 관계에 관한 것이다.

 

나는 참는 사람이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 참고 웃어 넘기는.

그런데 문제는 참고 참다가

어느 순간 확 터져 버린다.

스스로도 감당 안될 정도의 화가 그리고 충동이

일어서 주위를 초토화시킨다.

관계를 끊어버린다.

심지어 대화할 생각을 안한다.

그래서 내가 화를 내면 왠만한 경우 관계가 끝나버린다.

나중에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게 어려울 정도이다.

 

따지고 보면 그럴만 했다.

내 마음이 그렇게 시켰다.

변명은 댈 수 있지만 나는 이게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치고 싶고 나아진 내가 되고 싶다.

 

그래서 분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버릇의 기저에는

대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릴 때 집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나는 무조건 참았다.

참고 스스로 화를 삭였다.

나서서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나는 어려웠다.

무서웠다.

괜히 얘기했다가

뭔가 잘못될까봐.

그래서 참았다.

참으면,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어떻게든 나아졌다.

 

문제 상황을 회피하고

참는 것이 버릇이 되었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포기하고

가진 화를 스스로에게 토해 냈다.

 

그렇다. 내 화는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바로 나를 향한 것이고

내가 그것을 못 견뎌서

관계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나는 문제에 맞설 그리고

상대방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어릴 때 들었던 나쁜 버릇이 여태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달라지기 위해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말만 번지르르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잘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또 잘 모르겠다.

 

여기에 글을 적은 스스로가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으... 이건 좀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엔 갑자기 화가 나거나

어쩔 수 없는 충동이 들어도

하루는 더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다.

 

문제 상황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충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끔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서

다시 생각해보려는 것이다.

 

기왕 참았던 거 한 번 더 참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

그때 그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이게 나한테 잘 맞는 것도 같다.

내가 틀리거나 잘못할 가능성도 많으니까.

 

이 또한 완벽한 해결은 아닐테지만

노력하면서 개선시켜야지.

더 나아져야지.

아직은 나아질 여지가 많다.

 

오늘도 하나 덜어내서 그런가

후련하네.

내가 실망을 준 사람들에겐 미안하네.

앞으로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니 봐주라.

안다. 이기적인 거.

근데 나도 가끔은 이기적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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