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운세

neulvo 2021. 4. 21. 18:31

나는 이 시대의 평범한 한국인답게 운세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틀리든 맞든 운세를 보는 것은 재밌다.

 

매일 아침 그리고 저녁,

전갈자리 운세를 검색해 보는 것이 내 루틴이다.

그렇다. 나는 11월 생이다.

 

운세를 보다 보면 가끔은 과하게 몰입하긴 한다만

따지고 보면 운세대로 하루가 흘러가진 않는 것 같다.

그치. 세상에 전갈자리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랑 같은 때에 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운세에 나오는 얘기가 정확히 내 얘기일 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엔 참고 사항 정도로 생각하고 보고 있다.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할 것들을 알려줘서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마무리를 잘 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라. 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휴식을 해야한다. 와 같은

당부 같은 느낌?

 

평소에도  신경 쓰면 좋은 것들이지만

평소에는 또 까먹고 사니까.

운세에서 얘기해주면 조금 더 신경 쓰고 조심하게 되니

좋은 것 같다.

특히, 휴식은 내게 정말 중요한 거라

운세에서 얘기해주면 리마인드 돼서 좋다.

 

그럼에도 운세를 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과몰입하지 않게.

전에 힘들었던 시절에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던 시절에

나는 운세를 너무 자주 보고 운세에 너무 의지했다.

 

운세를 보는 것보다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한데도

그걸 알고 있는데도

운세 보는 게 더 쉽고 가까우니까

그리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니까

행동하지 않고 운세 보는데 집착했다.

 

그런데 운세만 보고 있는데 뭐가 되겠는가.

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던 것 같고 그런 것 같다.

 

뭐라도 하고 기대하는 게 차라리 낫다.

 

그래도 다행히도(?) 지금은

운세의 마력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

쓰라린 경험 덕에 운세를

참고 사항 정도로만 생각하고

거기에 너무 의지하고 기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니, 이게 대부분 틀린 걸 알아도

맞는 부분이 있으니

거기에 너무 몰입한다니까?

 

순간 욱했다.

그런데 진짜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사람 심리가 원래 그런건지 몰라도

맞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다른 것도 맞겠지.

그렇게 기대하게 된다.

운세란 게 그 심리를 이용하는건가?

 

뭐,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조심해야지.

조심해야한다.

 

운세가 정말 재미나 참고 사항으로 생각하면

재밌고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너무 몰입하면

진짜 위험한 것 같다.

내 경험 상은 그랬다.

 

그랬지. 편입 준비하는데 자리가 한 자리

이렇게 나오니까

공부를 더 하기보다 운세를 더 봤지.

뼈 아픈 과거다.

또 편입이 아니어도 힘들었을 땐

운세에 너무 의지했다.

 

그래. 또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그런데 오늘 운세가 뭐였지?

아, 다행이다.

까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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