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수필

은퇴와 시작

neulvo 2021. 4. 12. 15:25

앞서 썼던 전업 작가 얘기나 여유 얘기

모두 현재 내 가장 큰 고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현재 나는 수익이 없는 신인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수입이 있긴 하지만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수익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이게 맞을까?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하루가 생각보다 바쁘고 알차게 돌아가긴 한다.

그럼에도 이 생활이 언젠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이다.

성과를 낼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걱정이다.

좋다고 하고 있지만 이게 맞는 지는 모른다.

정답은 없다고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없다면

그건 어떤 식으로도 답이 될 수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전의 삶이나 커리어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커리어도 많이 쌓은 것은 아니지만

그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 군대를 제외한 20대의 거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 정도면 비싼 대가지.

 

아쉬움은 가끔 남는데 돌아가진 않을 거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이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아직 반년도 안됐는데 벌써 포기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금방 이룰 수 있는 것도 없고

금방 포기한다면 될 것도 없다.

 

그렇다. 무언가를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문제가 없다.

내가 불안한 이유는 내가 소속이 없고 약속된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또 내 쓰임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그래서 요즘에는 '아! 나는 은퇴한 거나 다름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커리어가 많이 짧긴 하지만

이전의 통계학도, 데이터 분석가라는 커리어에서 은퇴하고

작가라는 새 삶을 살기 시작한 게 아닐까?

 

어차피 모두가 언젠간 은퇴를 하게 되고

어차피 모두가 언젠간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겪고 있을 뿐 아닐까?

 

어차피 다 겪는 일이고 다 겪게 될 일이다. 

요즘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힘내서 이겨보자고 되뇌이고 있다.

 

당장은 모르는 것 투성이에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아도

나중에는 알아주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고

나중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뭐, 그래도 아직 잘하고 있지 않은가.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시작이 힘들다는 얘기다.

시작은 했으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잘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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