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작은 책장

[독후감] 이방인_알베르 카뮈 / 자화상

neulvo 2022. 9. 13. 18:46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산 책.

늦은 아침에 읽기 시작해서

오후 3시경엔 다 읽었다.

소설이다 보니 책이 술술 읽혔다.

묘사들이 깔끔하고 적절해서

읽기에도 또 상상하기에도 좋았다.

 

오늘 약간의 우울감에 젖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울한 감정에서 쓴 글이라고 서두에 쓰고

본론에 비관적인 내용이나 폭력적인 내용을 쓰면

사람들이 이해해주려나 같은 별 시답잖은 생각도 했고

의미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

또 유희에 대해서 나름의 사색을 했었다.

 

우울감 때문인지 이방인에서 나오는 부조리함,

작품 해설에서도 써놓았지만

피고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과

피고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연관 지어서

피고를 사형받아 마땅한 인간으로 치부하고

단두대 형을 선고한 것이

내게는 그렇게 이상하다거나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큰 감흥이 없었다.

 

피고인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

자신에게 다가온 일련의 사건들을 거부하지 않은 것

마리를 사랑하지 않으나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것

결국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쏘고 재차 쏜 것

그리고 하느님을 믿지 않아 신부를 거절한 것

모두 다르긴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뫼르소의 시선을 쭉 따라가다 보니 그에게 동화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살인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검사가 열렬하게 사형 선고를 요청하는 것이나

재판에서 프랑스 국민의 이름을 빌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나는 더 이상하게 느껴졌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또 누가 정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생각이 너무 깊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허구의 이야기니까 그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건 괜찮겠지

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좋은 거겠지 싶다.

 

뒤에 이어지는 예술가 요나의 이야기가 나는 좀 더 흥미로웠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그가 가진 재능이 개화하고

사람들이 모두 그를 돕고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고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어땠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어딘가 영화에서 봤던 것만 같은 장면들이 떠올라

상상력에 살을 붙여주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고 또 겪지 않을 일일 수도 있겠지만

관심의 중심이 되는 일이나

관심에서 멀어지는 일이나

모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우울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서인 걸까

아니면 다가올 일이 부담스러워서인 걸까

아니면 또 알게 모르게 할 일이 쌓여서인 걸까

 

나 또한 별로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

이방인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다.

동 떨어진 생각을 하고

동 떨어진 행동을 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면이 있고

혼자 고뇌하는 면이 또 있다.

 

아, 어쩌면 오늘이란 날이 그런 날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이란 날은 이 책을 읽기에 좋은 날이었다.

 

이방인 - 교보문고

『이방인』은 저자 알베르 카뮈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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