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느린 미식가

느린 미식가 : 임프레션 [L'Impression]

neulvo 2021. 6. 5. 05:00

 

오랜만에 미식 후기.

정말 오랜만으로 느껴지네.

 

자주 다녀오고 싶긴 한데

재정적으로도

스케줄적으로도

당장은 이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임프레션의 위치.

5층에 위치해 있다.

 

그럼 이제 그 이름만큼이나

정말 좋은 감동을 주었던

임프레션의 후기 시작해보겠다 :)

 

우선 메뉴 소개.

임프레션은 지금껏 다녀왔던

레스토랑들과는 다르게

아뮤즈 부쉐를 자세히 설명해놨다.

역시 메뉴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페어링(7잔)을 추가해 식사와 함께 했다.

 

웰컴 드링크로 주는 스파클링 와인을

마신 후 아뮤즈 부쉐가 서빙되었다.

 

맨 아래가 오세트라 캐비어, 훈연 철갑상어, 아스파라거스.

보이기에는 수프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젤리와 같이 응고되어있는 형태였다.

아스파라거스를 베이스로 했던 것 같고

그 안에 훈연된 철갑상어 살이 들어있었다.

훈연 향이 기분 좋았고

살이 너무 부드럽지 않고 질감이 느껴져 좋았다.

캐비어의 맛도 부담스럽지 않게 잘 어우러졌다.

 

그 왼쪽으로 블랙 트러플, 아티초크, 레지아노.

처음으로 바로 트러플 향이 나고

과자와 레지아노 치즈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끝에는 레지아노 치즈의 특유의 맛이 남았다.

약간 무난한 것 같기도 하면서도

적절했던 것 같다.

아티초크의 맛을 알았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맨 위는 조개와 풋마늘, 봄나물.

아쉬운 게 나물 이름을 몰랐다.

물어보려 했는데 즐기느라 까먹었다.

나물 향이 강하진 않았는데

나물이 좀 더 올라간 탓인지

나물 맛 외에는 느끼기가 어려웠다.

 

마지막 오른쪽은 성게소, 오렌지, 벚꽃.

성게로 만든 커스터드의 맛에 집중했는데

원래 커스터드에서 느낄 수 있는

살짝의 시큼함(?) 특유의 향이 느껴졌고

성게의 맛은 강하지 않았다.

시큼함은 오렌지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커스터드 향은 확실히 느꼈다.

 

MURE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던

화이트 와인과 함께 했다.

평소 맛이 진한 걸 즐기는 나라서

아뮤즈 부쉐가 좀 아쉽게 느껴졌는데

페어링 한 화이트 와인과 같이

가볍게 먹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페어링은 야니스 페랄(Yanis Feral) 소믈리에 님이 담당해 주셨다.

전문 소믈리에가 있는 게 임프레션의 또 다른 묘미였다.

 

허... 또다시 메뉴 사진을 못 찍는 실수를 했네.

아쉽다.

이번 후기에선 주의력이 깊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더 집중해서 많이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

 

이어진 메뉴는 두릅, 고춧잎, 야생 부추, 죽순으로 이어진

채소 요리였다.

인상적이었던 건 죽순이었는데

죽순 위에 된장과 병풍나물로 만든 소스가 얹어져 서빙되었다.

 

곁들여 마신 와인은 오른쪽의 MAS CHAMPART 2016.

은은한 와인의 향이

채소들의 향을 해치지 않고

잘 감싸주어서 같이 즐기기에 좋았다.

 

식전 빵.

 

기억하는 바로는 냉이와 병풍나물을 써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냉이로 만든 버터 위에 병풍나물을 올린 건가?

불분명하다.

위에는 된장으로 만든 크럼블을 끼얹었다.

향이 은은하고 또 적당히 고소해서 계속 발라 먹게 되는 그런 유의 버터였다.

 

제철 생선, 펜넬, 버터밀크.

곁들인 와인은 FIANO DI AVELLINO.

 

위에 올린 사진의 왼편에 있던 와인이다.

약간의 찌르는 듯한 느낌이 있던 와인이었다.

 

제철 생선의 정체는 옥돔이고

옥돔 특유의 맛이 튀지 않게

버터밀크와 어울렸고

딜로 만든 오일이 시각적으로도

향 적으로도 포인트를 잘 짚어줬다.

펜넬의 살짝 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바닷가재. 완두콩. 콩테 치즈 무스.

곁들인 와인은 Saumr Champigny Pelo 2018.

 

솔직히 인상이 뚜렷한 느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때 약간 취기가 올라와서...

서버 분과 지배인 분께

약간 취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식사 속도를 늦춰 주셨다.

 

솔직히 지금 글을 쓰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임프레션에서 전달하는 바와

내가 느낀 바를 더 자세하게 전달하고 싶은데

즐기느라 바빴고

최근 시작한 일과 해야 할 일들이 겹쳐서

후기도 뒤늦게 써 기억이 생각보다 생생하지 않은 느낌이다.

 

임프레션은 어느 곳보다도 먼저 재방문해야겠다.

 

메인 코스로 들어가기 전 제공되는

오디와 베르가못으로 만든 소르베.

이런 건 항상 좋다.

오디 맛과 베르가못의 청량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숙성 오리, 곰보버섯, 타라곤.

곁들인 와인은 HANNIBAL 2018.

 

가장 즐겁게 먹었던 디쉬.

오리 고기는 숙성했던 탓인지 탄력이 있었고

간장 소스와 산초가 얹어져 북경 오리의 느낌도 조금 났다.

곰보버섯으로 만든 뒥셀은

깊고 묵직한 그 맛과 질감이

디쉬에 필요한 부분을 확실히 잡아 주었다.

 

한니발이라는 와인은 Pinot Noir의 선구자가 설립한 와이너리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Pinot Noir의 특유의 맛을 느꼈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느꼈다고 확신했다.

 

정말 괜찮은 와인이었고

정말 좋은 페어링이었다.

 

Pinot Noir 맛을 느꼈다고

소믈리에인 야니스 페랄 님께 자랑했었다. ㅎ...

 

쌀누룩 숙성 한우, 햇감자, 소 뽈살, 봄 상추, 발효 계절 야채.

곁들인 와인은 CHATEAUNEUF-DU-PAPE 2014.

 

정말 인상 깊었던 건 햇감자.

겉 부분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살짝 딱딱한데

속의 무스 부분은 너무도 부드러워서

그 절묘한 차이가 나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한우 스테이크와 햇감자, 소 뽈살이

무거운 느낌이라 그런지

봄 상추와 발효 계절 야채가 참 시원하게 맛있었다.

특히 봄 상추는 특별한 것 같지 않은데

특별하게 느껴지더라.

그만큼 느낌 있었다.

 

스테이크는 쌀누룩으로 숙성한 덕인지

일반적인 스테이크보다는

한결 더 부드러웠고

살짝 고소한 느낌이 느껴졌다.

 

소 뽈살은 약간 장조림 같은

밥반찬 느낌이었다.

따로 먹기엔 양이 좀 많았다고 생각한다.

 

와인은 약간 오래된 목재의 냄새랄까 느낌이 났다.

그리고 식탁에 올려진 어떠한 음식과 먹어도

어울리는 나름의 케미를 보여주었다.

소믈리에님이 그래서 쌈밥에 비교했던 것 같은데

이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이건 좀 취했기 때문일 듯.

 

당귀 소르베, 프로마주 블랑, 청포도.

곁들인 와인은 Adriano ADAMI Garbel Prosecco.

개인적으로 이게 최고의 페어링.

소르베와 같이 먹었을 때의 조합이

진짜 나에게는 말이 안 됐다.

그래서 나가기 전에 소믈리에 님께

이거는 정말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렸지.

 

메인 코스를 지났지만 감동은 더 더해졌다.

 

쌀, 다시마.

곁들인 사케는 MONSOON.

쌀로 만든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사케였다.

이 디저트를

Executive Chef인 Allen Suh 셰프님이 뉴욕에서

개발했다는 스토리를 들었는데

그만큼이나 독특하고 재밌는 디쉬였다.

뻥튀기 느낌도 누룽지 느낌도 나면서

치즈 향이 느껴지는 달콤 고소한 맛이었다.

 

단 것은 항상 옳아...

 

마무리는 라즈베리 마카롱과 흑임자 캐럿.

보리 밀싹 차.

깔끔한 마무리였다.

 

우선 총가격은 37만 원.

디너 22만 원에 페어링 15만 원.

페어링 7잔으로 알고 있는데

웰컴 드링크도 마시고

아, 맞아. 중간에 식사 딜레이 돼서

서비스 드링크도 한 번 마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사케도 마시고.

술 많이 마셔서 좋았는데 좀 과했다.

다음엔 좀 절제해야지.

 

아무튼, 이제 감상에 대해 얘기해 봐야지.

 

일단은 생동감.

레스토랑 내의 분위기도 그렇고

일하는 사람들도 음식도

Vivid 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조화.

임프레션이 2 스타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조화를 많이 신경 써서 이지 않을까 싶다.

 

식재료들 간의 조화.

음료와의 조화.

또 음식 간의 조화.

 

조화에 대한 세밀한 관심과 헌신이

짜임새 있으면서도 수준 높은

코스를 선보일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먹는 사람 입장에선

코스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즐길 수 있게 되는

그런 효과를 불러오지 않았을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페어링 까지 즐기는 걸

무조건 추천한다.

 

임프레션[L'Impression]은 점점 더 해지는 감동이 있는 곳이었다.

 

또 가야지.

 

추가로 임프레션의 홈페이지 링크.

 

L'impression

Executive Chef Allen Suh While studying hospitality management at UNLV, Allen becomes fascinated by the process of creating something with his own hands in the kitchen. After gaining experience from several renowned Michelin starred restaurants in Las Vega

www.limpression.co.kr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프레션에서 받은 선식을 자랑하면서 마치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