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느린 미식가

느린 미식가 : MUOKI

neulvo 2021. 5. 12. 00:27

아, 너무 오랜만이다.

실수로 저번주 예약을 취소해버려서

예상보다 조금 더 늦게 리뷰를 쓰게 됐다.

 

MUOKI는 뒤에 따로 한줄평을 하겠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이었다.

 

위치는 바로 이와 같다.

강남구청역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자, 그럼 메뉴판을 보자.

 

디너 코스는 이와 같으며

나는 Burrata Cheese와 4 Glass Pairing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혼자 갔기 때문에

주방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였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Glass Pairing은 필수이다.

와인들이 너무 적절하고 좋았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페어링과 함께 식사를 즐길 생각이다.

알맞는 술과 함께하는 식사는 정말이지 최고인 것 같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선

술 기운에 음식 설명이 잘 들리지 않게 돼 위험하다.

그렇다고 또 포기할 수는 없는 즐거움이다.

어쩔 수 없지. 정신력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첫 번째 요리, 아뮤즈 부쉐, Crispy Corn & Beef Tartare 이다.

콘 요리부터 먹었는데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옥수수의 맛이 물씬 났다.

그 와중에 아래 튀김의 바삭한 식감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같이 올린 붉은 과일(토마토?)가 상쾌한 맛을 주며 의외로 잘 어울렸다.

아, 그러네.

이미 샴페인을 한 잔 마신 상태였다.

 

그 옆의 검은색 요리는

옥수수 먹물로 색과 고소함을 더한 과자 위에

소고기 타르타르를 올린 요리이다.

위의 하얀색으로 올라간 것은

구운 헤이즐넛을 얇게 깎은 것이다.

소고기 요리지만 단맛이 꽤 느껴졌고 의외로 산뜻했다.

 

아뮤즈 부쉐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훌륭했단 말이 조금 건방진가?

그래도 훌륭했다.

 

다음은 아스파라거스와 추가한 브라타 치즈.

이 아스파라거스 요리를 위해

많은 요리사 분들이

엄청 공을 들이신 걸 앞에서 바로 보았다.

 

홍합 퓌레를 아래에 깔고

아스파라거스를 올린 후

표고 버섯과 각종 향신 채소들을 쌓은 요리.

아래 쪽에 잘게 깔린 모래알 같은 것은

미소 된장으로 만든 크럼블이다.

가운데 하얀 것은 치즈가 아닌 메추리알.

 

메추리알을 커팅한 후

함께 버무려 먹으라고 하셨다.

메추리알을 자르는 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홍합 퓌레의 맛이 새로웠고

모래알 같은 미소 크럼블이 맘에 들었다.

부드럽고도 달큰한 아스파라거스와 시큼한 드레싱 사이로

미소 맛이 가느다랗게 느껴지는 게 흥미로웠다.

 

브라타 치즈는 그냥 치즈였다.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까?

내가 뭣도 모르고 따로 먹어서 ㅎㅎ...;;

조금 짰다.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를 드려야겠다.

음식에 취해서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오션이란 요린데

집에 오자마자 기억나는 대로 그렸다.

 

보는 것처럼 크게 세 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온조리한 한치 요리와

조금 도톰하게 썰은 참돔

그리고 그 위에 올린 펜넬이다.

 

한치 요리는 엔초비 아이올리(엔초비 소스)와 버무러져 있었고

참돔 아래에는 사과와 청포도 큐브가 깔려 있었으며

펜넬 사이 사이에는 시소가 섞여 있었다.

모모야마에서 시소 맛을 배웠는데

여기서 딱 그 맛을 다시 느끼니 재밌었다.

 

같이 곁들인 화이트 와인이 정말 좋았다.

모난 것 없이 어우러져서 먹기 좋았다.

 

처음에는 펜넬이 쌓인 걸 보고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 했는데

섞어서 와인과 함께 먹으면 좋다는

지배인 님의 훈수를 따라

이리저리 섞어 먹으니 괜찮았다.

 

참신한 앵글.

빵은 직접 구운 빵,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버터 그런데 말돈 소금을 곁들인.

말돈 소금이 정말 맛있더라.

 

슈마이, 무오키 식 해석이 들어갔다.

만두피를 라비올리 반죽으로 만들어 쫄깃했다.

안에는 랍스터를 채웠고

소스는 초리조, 위에 네모난 것도 초리조다.

 

랍스터는 상당히 부드러웠는데

특유의 향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초리조 소스에선

초리조 향이 은은하게 났고

초리조 큐브는

그냥 딱 그 초리조 맛이 확 났다.

 

순식간에 사라진 디쉬라 아쉬웠다.

그래도 초리조 맛이 담긴 이 디쉬가

전반적인 구성을 더욱 흥미롭고 알차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MUOKI EGG

닭가슴살과 푸아그라로 만든 원형의 디쉬였다.

갑자기 위에 올린 꽃 색깔이

달랐으면 어땠을까 궁금하네.

 

아무튼, 매우 부드럽고 먹기 좋았다.

아래는 송로 버섯(트러플)으로 만든 소스.

스프와 유사한 점도를 가졌다.

조합도 적절했고

무엇보다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돼지 요리.

돼지고기(두룩)의 삼겹살 부분과 청경채

그리고 다르게 색을 낸 사과

카카오 닢스를 올린 컬리 플라워 퓌레

매실 소스.

 

돼지고기는 결이 잘 찢어졌고

청경채는 언제나 좋지.

매실 소스는 무난했지만

초리조와 같이 구성 상 훌륭했다고 생각하고

컬리 플라워 퓌레도 같이 먹으면 부드럽게 잘 어울렸다.

 

아, 이때 아마 서비스 와인을 받았는데

이전 와인이 늦게 딜리버리 돼서

그것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주신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와인 맛이 정말 맛있게 느껴지는 디쉬였다.

그러니까

음식이랑 같이 마시니

음식 맛이 와인 맛을 올려준 건가 싶을 정도로

와인이 맛있게 느껴지는 신기한 궁합이었다.

감사하다.

덕분에 신기하고도 값진 경험을 했다.

 

그리고 앞에 놓인 클렌져 비어.

로즈마리와 시나몬 향을 쌓은 거품을 올렸다.

그리고 저 강아지는

웨이터 분이 가져다 주신 것.

 

내가 혼자 식사를 하고 있으니

맥주는 짠하고 마셔야 한다면서

웨이터 분이 재치를 발휘해서 가져다 주셨다.

 

나는 MUOKI가 정말 좋았던 게

거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너무 좋았다.

서비스가 정말 최고였다.

정중하고 배려 깊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또 갈 거다. ㅎ

 

오리 요리.

오리는 몇 주간 숙성 및 조리했다고 하셨다.

아래에는 퀴노아를 깔아 놓았다.

송고 버섯, 송이 버섯, 마늘이 순무와 함께 나열되어 있었다.

소스까진 잘 기억이 안난다.

나 이때 이미 취기가 올라왔다.

와인 5 잔째 받았었다.

 

오리 고기는 매우 부드러웠는데

특유의 맛은 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송고 버섯,

송이 버섯처럼 생긴 표고 버섯이라 보면 된다.

처음 먹어봤는데 표고 버섯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향까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와인... 와인 때문이야...

와인... 너무 좋아...

 

소르베.

셔벳과 달리 우유를 첨가하지 않고

과즙만으로 만든 얼린 디저트라고 한다.

 

라임 첨가 얼음 위에

바질 소르베를 올리고

그 위에 시소를 살짝 얹었나(?)

시소는 정확하지 않다.

 

섞어 먹으면 모히또 느낌 난다고 하셨는데

라임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라임 덕분에 바질 맛이

적당히 무겁게 느껴져서 좋았다.

텁텁하지도 않고

막 엄청 산뜻하지도 않았다.

 

디저트, 체리(Cherry).

너무 예쁘다.

설명을 읽어보니

피스타치오와 피유타쥬, 통카 빈으로 만들었다는데

나 이때 솔직히 귀를 닫았다.

더 이상은 집중할 수 없어써...

 

그래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과하게 달지도 않았고

각각의 맛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잘 어우러져서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루이보스 차 한잔.

깔끔한 마무리였다.

 

총 가격은 23만원(예약비 5만원 포함) 이었다.

식사 14만원에 페어링 8만원, 브라타 치즈 1만원 이었다.

 

여기는 정말 가성비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아직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이정도로 가격 내에서

최선을 다한 요리와 서비스

어디서 또 경험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MUOKI라서 가능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면

농도라고 할까?

나는 맛이 진하고 깊은 것을 선호하는데

MUOKI는 맛이 되게 계산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래서인지 디쉬를 비울 때면

조금씩의 아쉬움이 남았다.

이거는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MUOKI는 정말 치밀하고 치열한 곳이었다.

 

이 곳의 철학과

이 곳이 주는 가르침은

정말 남달랐고 멋있었다.

 

MUOKI에서 식사를 한 것이 즐거웠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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