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하나 다 읽었다.
이 책은 꽤 오래 들고 다니면서 읽으려고 시도했었는데
그때마다 끝까지 읽지를 못해서
다시 첫부분으로 돌아가고 또 나중을 기약하고를 반복했던 책이다.
최근에 조금 게을렀었는데
그 게을름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이틀? 삼일? 자기 전에 모두 읽었다.
시간은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시간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또 여럿 가지고 있다.
그중 요즘에 드는 생각은
시간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거나 시간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강박을 가지면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내게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기울여서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해봤자 스트레스만 더 받고 오히려 비효율적이 된달까.
나만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아이러니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무언가 일을 끝맞치려면 시간을 의식해야 하긴 한다.
그런데 그 의식을 조금 느슨하게 가지는 게 더 도움이 되고 지속가능한 것 같다.
다시 책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은 루프 양자 중력 이론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로,
시간에 대한 발견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시간이 어디서나 공통된다거나 그것이 우리 안에 흐른다라는 그런 통상적인 관념들을 깨주고,
시간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줄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뭐 책 내용을 스크랩해서 따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고
그냥 이 아래로 여기에서 얻은 지식 또는 인사이트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책의 제목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
책에서 나오는 희미하게 본다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데
결국 사건이 먼저냐 시간이 먼저냐 봤을 때,
사건의 배열에 의해서 시간이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간이란 게 어떤 변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얽혀 있는 방식 또는 그 흐름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열적 시간이란 개념도 소개가 되는데,
결국, 흐릿한 관점으로 봤을 때 거시적으로 평형인 상태가 시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왜 열적 시간이냐 하면은,
열의 거동에 대한 관찰로부터 나온 시간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열적 시간이 통상 시간과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시간이 독립된 변수로서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어떤 상태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케이스이다.
그렇다면 사건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그것이 존재하고 시간이란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아마도 책에서 나온 계에 대한 이야기가 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책에서는 우리가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특별한 계에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 바깥의 계는 상대적으로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에 있겠다.
그렇다면 사건은 기본적으로 엔트로피를 늘리는 것이고,
바깥의 계와 평행 상태를 이루기 위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사건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른다라고 느낄 수 있겠다.
그러니까 내 이해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건이란 것은 결국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
그것들이 발생하는 것은 엔트로피의 평형 상태를 맞추기 위해서인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자질구레한 일과들을 가리키진 않는다.
물론 그것도 일컫을 수 있겠지만,
그냥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엔트로피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시간에 대한 발견 중 되게 신기했던 부분은,
시간이 광원뿔의 형태로, 또 국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일반적인 개념의 공통된 시간이란 것은 없고,
시간이 특수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때 진화라는 단어를 쓴 것도 되게 새로웠다.
각각의 다른 시간들이 각각의 속도로 흐르고 변화한다는 것을 나타낸 듯하다.
시간이 흩어져 있는 것을 표현한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블랙홀에 대한,
블랙홀을 이용해 시간에 대한 특성을 밝히려 하는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이 두 개의 큰 내용이 기억에 딱 남는 것 같다.
"시간은 인간의 척도 내에서만 시간화된다."라는 시간과 인지에 대한 내용도,
다시 보니 눈에 들어오긴 하는데, 위의 두 부분이 더 핵심적이었고 또 와닿았었다.
이렇게 과학책을 읽을 때면,
상상력도 더 많이 자극되는 것 같고 또 과학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수학이나 과학 공부를 깊이 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옛날에는 그런 것이 천재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물론 이름 있는 사람들은 다 천재겠지만 중요한 건 결국 헌신이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헌신이 핵심인 것 같다.
근데 또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니까,
시간이나 세상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수학이나 과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최근에 계속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근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럼 이만 마치겠다. 감사하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www.samnpark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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