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시 107

덩그러니

호두가 지천에 깔려 있는데 나는 호두 까는 법을 몰라. 다들 품에 넘치게 주워 가는데 나는 앉아서 보고만 있어. 밤에 수렵꾼들이 찾아 왔는데 나는 또 도망갈 줄을 몰라. 호두랑 가죽이랑 다 뺏겼는데 나는 다시 일어날 줄을 몰라. 호두가 지천에 깔려 있었는데 나는 이제 홀로 덩그러니. 해가 중천에 떠 올라 있는데 나는 혼자 누워서 덩그러니. from : https://www.instagram.com/p/CXm8U7wPb22/?utm_source=ig_web_copy_link

슬픈 걸

나를 차버린 당신이 나를 기다린 다면 나는 슬퍼하지도 않고 나는 울지도 않을 겁니다. 나를 차버린 당신이 나를 기다릴 지라도 내겐 오진 않을 것임을 나는 오래 전에 알았으니까. 알고 있었습니다. 달리 특별한 일도 아니니까. 모두가 바라지만 모두가 기다릴 뿐인 걸 모두가 슬픈 뿐인 걸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그러니까 나는 울지도 슬퍼하지도 않겠습니다. 우리가 슬픈 건 우리 탓이 아니니까. from : https://www.instagram.com/p/CXkY81sPksc/?utm_source=ig_web_copy_link

달력

달력을 넘기지 않았는데 내 시계는 오래됐네. 너 떠난 뒤 난 그대론데 시간만 잘도 흘러갔네. 이번 달이 무슨 달인지 나는 몰라 관심 없어. 다음 달이 궁금하지 않아 나는 내일도 잘 몰라. 너 떠나고 난 다음 달력 이곳 저곳 비어 있어. 구멍난 날들 채워지지 않아 달력을 넘길 수가 없어. 너 떠나고 난 아직 그대론데 시간만 참 잘도 흘러갔어. from : https://www.instagram.com/p/CXVLWV1PYb7/?utm_source=ig_web_copy_link

우리

우리 안에 누워 있는 나는 지나가는 모두를 구경하고 모두를 안다고 착각하여 혼자 거드름을 피우고 있네. 우리 안에 누워 있는 나는 곁눈질로 모두를 흘겨보고 모두를 다 알지 못해서 편견으로 좁은 우리를 채우네. 우리 안에 누워 있는 너도 나를 똑바로 보지 않아 우리 서로를 알지 못하고 우리 서로를 보듬지 못하네. 우리 모두가 우리 안에 모두가 서로의 편견 안에 우리는 우리를 몰라 세상을 우리 안에 가두고 우리 안에서 홀로 취해 있네. from : https://www.instagram.com/p/CXSTZ_Nv43g/?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상향

내 이상향은 저기 어디 멀리 내 이상향은 여기 아닌 멀리에 있네. 바라는 게 많았던 나는 아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해 여기에 있네. 내 이상향은 저기 어디 멀리. 더 이상 바라지 않아 나는 아무 것도.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아 나는 눈이 멀어.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해 더 이상 바라지도 못해. 내 이상향은 저기 어디 멀리 내 이상향은 두 눈 너머 보다 멀리 어디 먼 곳에. from : https://www.instagram.com/p/CXKpW7qPTJo/?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