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덩그러니

neulvo 2021. 12. 18. 22:59

호두가 지천에 깔려 있는데

나는 호두 까는 법을 몰라.

 

다들 품에 넘치게 주워 가는데

나는 앉아서 보고만 있어.

 

밤에 수렵꾼들이 찾아 왔는데

나는 또 도망갈 줄을 몰라.

 

호두랑 가죽이랑 다 뺏겼는데

나는 다시 일어날 줄을 몰라.

 

호두가 지천에 깔려 있었는데

나는 이제 홀로 덩그러니.

 

해가 중천에 떠 올라 있는데

나는 혼자 누워서 덩그러니.

 

from : https://www.instagram.com/p/CXm8U7wPb22/?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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