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기/Russia_2018_봄-여름

러시아 생활기 1편, 기숙사 입주

neulvo 2024. 8. 10. 00:21

날짜도 이젠 가물가물한 러시아 교환 학생 시절의 이야기.

원래 기간도 길고 양도 방대해서

따로 정리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기억이 또 흐려지기 전에 힘내서 해보겠다.

 

러시아 공항에서 비행기 내린 다음에 찍은 사진과

기차에서 내린 다음에 찍은 사진이다.

날짜는 2월 14일.

인스타에 기록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인스타에 초청장과 비자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썼는데

초청장은 예상보다 너무 늦게 도착을 했었고

비자도 초청장 따라 간당간당하게 받았기에

어렵다거나 문제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메일을 몇 번씩 보낸 덕에 초청장을 그래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원래 희망 대학은 엠게우였는데

우리 과에서 입력을 잘못한 덕에 엠게엘우로 가게 되었다.

그것도 트러블이 있었다.

근데 뭐 복잡하게 바꾸느니 엠게엘우 한 번 가보자고 생각을 했었다.

 

비자 관련해서는 에이즈 검사 받은 게 생소했고

비자 발급소의 분위기가 이국적이었고

새벽 공기가 차고 싸늘했던 것이 기억난다.

 

공항에서 초청장이랑 여권이랑 사본 뜨고

보내고 했던 것도 같은데

입국 때 필요했던 건가

서류 봉투에 넣고 몇 번씩 확인을 했었다.

이래저래 사건이 많았던 건 맞는 것 같다.

 

기차에서 기숙사가 있는 역에 내린 뒤에

느낀 감상은 정말 낯설었다.

보통의 외국보다도 낯선 느낌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쌓인 눈들 덕분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다.

모스크바의 겨울이 그렇게 춥다는 인상은 아니지만

저날은 꽤 춥게 느꼈던 것도 같다.

 

기숙사로 가는 길이 멀게 느껴졌는데

기숙사 수위 아저씨 만나고서는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라는 느낌.

 

안내에 따라 이동한 방에서는

룸메가 여자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바로 자리를 치워줬었다.

옆 방에는 중국에서 온 친구 셋이 살고 있었다.

나름 서글서글하고 괜찮은 친구들이었다.

 

기숙사 도착한 후에 찍은 사진이다.

룸메는 시리아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챙겨도 주고 걱정도 해주고

나름 거리감은 있었어도 잘 지냈는데

내가 감기 걸리기 전 날에

못 참고 화를 한 번 낸 다음부터는 소원해졌다.

친구들이 방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쌓인 게 있었다.

 

아쉬운 건 기숙사를 나갈 때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

한 번 틀어지고 난 뒤에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 번 아닌 건 죽어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첫 날 저녁에 도착한 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자판기에서 뽑아 먹은 과자랑 음료이다.

 

그러고 보니까 첫 날 공항에 도착한 직후에

유심을 구입했던 장면도 기억이 나네.

밤 늦게에도 장사를 하는 것이 신기했는데

영어가 안 통해서 구글 번역기 써 가며

어떻게든 대화해서 유심칩을 샀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러시아어는 정말로 기본도 못했다.

편입 준비하다가 실패하고

격차가 생기니까 공부를 해도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놓게 되었었다.

러시아 가서 공부 제대로 해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무튼 유심칩 샀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는데

직원이 매우 친절하게 대해줘서였다.

어딜 가나 친절은 중요하다.

 

맞아. 러시아에선 수하물을 다 까본다는 얘기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멀쩡하게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모먼트가 있었다.

모스크바 공항 복도의 풍경이나 분위기도 어느 정도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위 사진의 음식들의 맛은 진짜 기억나지 않는다.

꽤 달았던 것 같은데

러시아 과자니까 분명 달았을 것 같다.

 

흠 썰을 같이 풀다보니까 첫 날 하루만으로도

꽤 양이 많아졌다.

원래 며칠 씩 묶어서 쓸 생각이었는데

몇 편으로 딱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근데 또 나중에는 일상이 반복되는 때도 있었으니까 괜찮겠지.

 

일단 러시아 교환 학생의 때 지난 생활기 1편은 이렇게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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