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시

달밤

neulvo 2021. 4. 17. 17:39

달이 가장 밝게 빛나는 밤에
가장 노랗게 빛나는 밤에
저는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 달빛 만큼 선명해진 건
바로 오늘의 일이겠죠.

아아아,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그대를 만나면 뭐라 할지
다음에 그대를 만나도 웃을 수 있을지

그대여, 아침에 만발했던 꽃들도
밤에는 이렇게 퇴색돼 버렸습니다.

그대여, 봄볕을 노래하던 새들도
밤에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가
내 사랑도 그리 저물 거라
의심했던 거라면
그래서 떠나려는 거라면
나는 밤에도 빛나는 저것이
나는 밤에도 아침을 아는 저것이
나의 사랑임을 그대에게 알릴 것입니다.

그대여, 나를 떠나지 마세요.

from : https://www.instagram.com/p/B_bc12eHLBD/?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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