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깔린 시간
학교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있다.
쨍쨍한 햇빛 아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떠나가고
무거운 책가방을 지고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가는 한 아이가 지나간다.
그 아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참새처럼 총총 걸어간다.
그 아이가 나를 또 다시
쳐다보고
모래알을 차며 걸어간다.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내게로 춤추듯 다가온다.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아
모래 바람을
타고 사라진 걸까.
그 아이가 사라진 자리엔
쓸데없이 커진 두 발만이
단지 노랗게 보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언가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어느새 노란 밤이 하늘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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